Last 마지막 Breath 호흡


“이것은 실화다” “이 영화는 실제 촬영된 영상과” “사건을 재현하여 만든
영상으로 구성되었다” “2012년 9월 18일” “북해 해저” 앞이 안 보여요 잠수부 2호와 교신 끊김 – 잠수부와 연락이 안 된다
– 안 움직여요 지금 위치는 어딘가? “유정 패널 2”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옮길 수가 없어요 – 안 움직여요
– 줄을 연장할 순 없어 – 안 빠지네요
– 조금만 버텨 – 안 움직여요
– 함교, 다시 돌아가야 한다 “12시간 전” “잠수 지원선 토파즈” 토파즈 여기는 애버딘 해양 통제실 현재 위치는 어딘가? 애버딘 통제실에서
북동쪽으로 103km 거리다 유전 22/14 B로 향하는 중 고맙다, 토파즈
도착 시 보고 바람 “선원 총 127명” “그중 포화 잠수부는 12명” 네 분 계시네 롭, 잘 계셨죠? 네, 저도요
안녕하세요, 알리, 고마워요 – 카메라를 들고 계시네
– 네, 죄송해요 모래그가 함선 투어 영상을
보내달라네요 네, 좋은 아침! 머스터드는 항상 옳지 안에 보이나? 누구지? 블랙아일에서 온 지미 카일이네 이건 편집해야겠다 내가 종종 선박 생활이
쉽지 않다고 말했었지만 이제 보여줄 장면은 안타깝게도 그 환상을 깨부술 거야 왜냐면 내 뒤에 있는 게… 진짜 사우나탕이기 때문이지 “크리스 레몬스
포화 잠수부 2호” 믿기 힘들겠지만
그다음 문 뒤에는… 선베드가 있어 크리스토퍼가 배에 타면 우리는 영상을 찍어서
서로에게 보내줬어요 농장에 송아지가 합류했어
예쁘지 않아? 이게 빅뉴스였어
집에서 보내는 빅뉴스 안녕, 얘들아! 떨어져 있는 동안 각자 삶의 일부를
서로와 나누는 기분이었어요 “모래그 마틴
크리스 레몬스의 약혼녀” 둘 다 행복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고 행복한 새해 보내 메리 크리스마스, 레몬스! 우리 인생에서
아주 흥미로운 한때였어요 작은 표지판 찍었어?
너무 예쁘다 우린 그해 4월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어요 같이 살 집도 짓고 있었죠 재밌어? 그리고 저는 지역 초등학교에서 교장 선생님 자리를 맡게 됐어요 미래에 대한 계획도
많이 세워뒀었고 정말 행복했어요 찍히고 있는 것 같아, 모래그 이 안에서 남자 여섯이 살아
지금은 불이 꺼져 있네 이 밖에 달린 건
우리를 감시하는 카메라야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볼 수 있게
화장실 쪽을 바라보고 있지 나머진 상상에 맡길게 크리스토퍼의 일에 대해서는
꽤 자세히 알고 있었어요 온갖 터널과 가스
바다 깊은 곳… 크리스는 마치 물속에서
우주여행을 하는 것 같다고 했죠 “토파즈선은 가압형 포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다” “선내에는 잠수부들의
생활 공간인 거주실과” “잠수부들을 해저로 운반하는
잠수종이 있다” “깊은 곳에서 작업하는 잠수부들은
이 안에 갇혀 지내야 한다” “그들은 이 일을
‘포화한다’라고 부른다” 반가웠어요! 네, 28일 후에 보죠 네, 고마워요 지금이 대망의 순간이야
배에 탑승해서 같이 잠수할 팀원을
확인하는 순간이지 어떤 여정이 될지
여기서 정해지는 거야 다음 한 달 동안 깡통에서 함께할
두 사람을 만나게 되거든 여기 보면 나랑 같은 시간에… 3팀은 크리스 레몬스
데이브 유아사, 덩컨 올콕이네 – 데이브 유아사 인터뷰
– AB 카드 마크 – 안녕하세요, 데이브
– 안녕하세요 “데이브 유아사
포화 잠수부 1호” 같이 지내면 즐거운 사람도 있고
잘 안 맞는 사람도 있는데 재수 없는 사람은 다들 싫어하죠 덩컨은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잘 알고 있는 사이였어요 선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죠 북해에서 일하려면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 해요 살짝 나사가 빠지거나
약간 특이해야 하죠 “덩컨 올콕
보조 잠수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답을 찾는 사람들이에요 지금까지 저와 일했던 사람들은 전부 뛰어난 사람들이었어요 데이브는 좋은 친구예요 스트레스받지 않고
초조해하지도 않죠 매우 논리적이지만 혼자 지내려는 경향이 있죠 직장에서는 감정적인 사람으로
유명한 편이 아니에요 어떤 동료들은 저를 보고
‘벌컨’이라고 불렀어요 크리스는 비교적 신입이었고
저와 일한 적은 없었지만 덩컨과는 여러 번
잠수를 했었나 봐요 덩컨이 크리스의
잠수 아빠인 셈이었죠 소리 내서 말하니까
좀 이상하게 들렸죠? 크리스의 첫 잠수 때도 있었고 그 뒤로 4번 연속
같이 잠수를 했어요 그동안 쌓인 정이 어마어마했죠 크리스와 많이 친해졌어요 아주 쾌활한 친구였죠 크리스는 어떤 사람이냐고
덩컨에게 물었는데 저한테 엄지를 보여주길래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잠수 통제실
작업 지점까지 6시간 현재 통증과 타박상
관절 불편 증상 피부 무감각 증상을
호소 중이며… 여러분? 보다시피 공간이 많지는 않아 아래 침대 사이 간격은
15cm 정도밖에 안 돼 보이고 덩컨이 침대를 정리하고 있네 여기가 거실 공간인데
의자와 탁자가 있어 몇 개 없는 창문 중 하나인데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 이 비좁은 터널을 기어서
옮겨 다닐 수 있어 이 아래까지 내려오면
‘변소’라고 부르는 곳이 나와 이 문만 열고 나가면… 여기가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
세면 공간이야 몸을 꼿꼿이 펴서 서면
모든 물건에… 머리가 부딪혀서 너무 아파 그래서 내 몸이
항상 상처투성이인 거야 이곳의 놀라운 점은… 한 바퀴 돌고 나면
원위치로 돌아온다는 거지 – 차 한 잔이 있는 곳으로
– 내 초콜릿 조심해 말도 안 돼, 덩컨
초콜릿이 얼마나 많은 거야? – 매일 초코바 하나씩이야
– 매일 하나라니 맛이 어떤지 보려고
벌써 하나 까서 먹었어 너랑 와서 다행이다 “탈출실 압력
잠수 통제실” “이번 작업의 경우 해저 기압은
지상의 10배에 달한다” “잠수부들은 28일 동안
포화 시스템에서 생활한다” 잠수 팀, 준비됐으면
가압을 시작하겠다 “주 압력” 잠수 팀, 누출 여부 확인하겠다 해저 100m에서 진행되는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거주실 안에 해저 100m에 해당하는 압력의
헬리옥스를 투입하죠 헬리옥스는 헬륨과 산소의
혼합 기체예요 그 작업을 마치면
기압이 해저와 동일해지는 거예요 누출 여부 확인 완료
가압 작업 계속하겠다 네, 괜찮아요 전원 귀에 문제없습니다 헬륨을 한숨 들이마시자마자 목소리가 고음으로 변하죠 네 이상 없습니다 – 네, 고마워요
– 그래요 처음 30초 동안은
언제나 재밌어요 그 후로는 익숙해지죠 잠수 팀, 희망 기압에 도달했다
가압 작업 종료 “3팀, 데이브 유아사
크리스 레몬스, 덩컨 올콕” 고마워요 아주 특이한 생활 환경이에요 개인 공간도 없고 마치 그곳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죠 “위생 배출” 포화 잠수는
만만치 않은 경험이에요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버티죠 대부분의 잠수부는
인격이 2개예요 직장에서의 인격과
집에서의 인격이 있죠 집에서 저는 아이 셋의 아빠인
데이비드가 되고 잠수할 때는 데이브가 돼요 데이브는… 오직 자기가 맡은 일만
책임지고 완수하죠 크리스는 평소보다
약간 더 초조한 상태였어요 오랜만에 하는 잠수였죠 다른 팀원에게 뒤처지지 않고
장비도 제대로 챙겨서 부끄러운 일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는 눈길을
과하게 의식하고 있었어요 부담이 컸을 거예요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어 했고 좋은 잠수부가 되기를 원했어요 최고가 되고 싶었던 거죠 포화 잠수 일을 시작하기 전 저는 항상 북해를 잠수계의
프리미어리그 정도로 봤어요 잠수 지원선도 많고
잠수 활동이 활발한 곳이거든요 특히 그때의 작업 지역은 애버딘에서 기선으로
12시간 떨어진 곳이었어요 “북해” 북해 한가운데라고 봐도 무방하죠 북해는 원래 변덕이 심한데
그때는 날씨도 좋지 않았어요 지원선이 심하게 움직였죠 북해는 위험하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바다예요 해저 수온은 영상 4도인데 살인적인 추위죠 위험한 일이라는 건 알아요
익히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크리스는 안전하다며
저를 계속해서 안심시켰어요 다칠 일이 없다고 했죠 저는 크리스가 그 탱크 안에서
행복한 줄 알았어요 그래서 걱정은 안 했죠 “북해 유전” 애버딘 통제실
여기는 토파즈다 “애버딘 동쪽 204km 지점” 듣고 있다, 토파즈 현재 유전 22/14 B에 도착했다 작업 시작을 위해 대기 중이다 – 준비됐어요?
– 준비됐습니다 자, 모든 수치는 0입니다 1, 4, 5, 6, 작동 중 추진기 DP 모드
전부 활성화했습니다 “DP 모드” “자동 위치 제어” “컴퓨터로 정확한 해저 지점 위에
선박을 고정하는 장치” GPS 지점 2개를
기준계로 설정했습니다 네 선장님, DP 지점에 위치했습니다 “정상, 저하” “DP 상태
녹색” 잠수 팀, 5분 내로
잠수종 탑승 바람 저는 잠수의 지휘자예요
잠수부들은 제 인형이고 제 손과 발이죠 “크레이그 프레더릭
잠수 감독관” 잠수부들은
제 명령에 따라 움직입니다 잠수 팀이 내려간 후에는 제가 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모두가 제 결정에 따르죠 첫 번째 잠수부 탑승 중 덩컨이 보조 잠수부였어요 직접 잠수를 하지 않고
잠수종 안에 탑승해서 잠수부들을 지켜보는 거죠 데이브 유아사가 잠수부 1호 크리스 레몬스는 잠수부 2호였어요 함교, 20시 13분 기준
잠수종 분해 20시 13분, 잠수종 분해 잠수 팀, 이제 하강하겠다 “잠수종 보조 장치
안전 하중 15.5톤” 함교, 20시 21분 기준
해수면 아래로 잠수 고맙다, ROV 계속 이동 중 90m 깊이 작업 지점 도착 잠수부에게 헬멧을 씌워주면서 눈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즐거운지
겁에 질렸는지 알 수 있어요 겁에 질리면 흰자밖에 안 보이죠 그날 밤 크리스는
전혀 초조해하지 않았어요 얼른 잠수하고 싶어 했죠 다른 잠수부만큼 잘한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어요 엄빌리컬 장착 완료 비상용 산소통 연결 완료 그리고… 헬멧에서는 해제했음 알겠다, 고맙다
온수 상태 양호 아주 편안하다 6시간 뒤에 보자고 크리스, 누수 확인해 누수 확인, 크리스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함교, 20시 37분 기준
잠수부 2호 입수 “잠수부 2호, 크리스” “잠수부 입수” 엄빌리컬로 호흡 중이다, 크리스 알겠다 덩컨, 잠수부 2호
엄빌리컬 확인 바람 잠수종을 떠난 잠수부는
엄빌리컬에 철저히 의존하게 돼요 체온 유지용 온수를
공급해주는 장치죠 산소와 조명도 공급하고 지원선과의 교신도
가능하게 해줘요 말 그대로 생명선이죠 잠수부 2호 하강 준비 완료 잠수부 2호
잠수종에서 떨어져도 좋다 잠수종에서 떨어질 때가
가장 맘에 드는 순간이에요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중력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좋아요 해저를 향해 날아가는 것만 같죠 시야가 좋지 않으면 어디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언제까지 떨어질지도 모르죠 해저는 어둡고
혼란스러운 곳이에요 길을 잃기 아주 쉽죠 크레이그, 작업 지점 방위
알려주기 바람 잠수부 2호
북서쪽으로 30m 거리에 있다 알았다 엄빌리컬은 잠수부를
선박과 연결해주는 줄이에요 잠수종으로 돌아가려면
엄빌리컬을 따라가야 하죠 그래야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어요 어둡기 때문에 작업 자체보다
지점까지 가는 게 더 힘들어요 해저가 착시를 불러일으키죠 초반 10분은
조금 짜증 나는 시간이에요 호흡에서도 느껴지죠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함교, 20시 49분 기준
모든 잠수부 도착 우리가 작업해야 하는 구조물은
매니폴드였어요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그 안에는 유정이 여러 개 있었죠 지하에서 뽑아낸 기름이 그곳에서 관을 통해
플랫폼으로 가는 거였어요 우리가 할 일은
파이프 중 하나를 제거하고 그 파이프를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거였죠 잠수부들과 일할 때는 마치 화면 속으로 들어가
직접 일을 하는 기분이에요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잠수부들이 느끼는 희비를
나도 느끼게 되죠 맞다 A와 B가 보일 텐데 차례대로 열고 닫고
압력 테스트를 실시하면 된다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작업이 시작되면
보조는 마음을 놓아도 돼요 샌드위치에 뭐가 들었나
확인하기도 하죠 일하러 가는 매일이
저에겐 즐거움이에요 잠수에 대한
첫 열망을 느꼈던 게… 텔레비전에서 자크 쿠스토를
봤을 때였어요 그때 생각했죠
‘난 저런 일을 하고 싶다’ 산호초를 탐방하고 동물들과 같이 헤엄치고 정말 최고일 것만 같았어요 잠수부가 되어서 바다를 탐험하는 게 제 꿈이었죠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데이브는 계속 작업해
크리스는 밸브 닫으면 돼 BV2 밸브는 닫겠음 알겠다 크리스의 잠수 인생은
살짝 늦게 시작됐어요 밸브 닫음 삶의 방향을 새로 찾고 있었죠 누수는 확인되지 않음 크리스는 잠수를 향한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었어요 저는 절대로
다른 길을 생각해보라고 권유하지 않았을 거예요 절대로요 크리스가 하고 싶은 일이었고
좋아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제가 크리스만큼 열정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었다면 누가 안 말리기를 바랐을 테니
저도 크리스를 안 말렸죠 그날 밤 날씨가 좋지 않았어요 5.5m 높이의 파도가 일었고
풍속은 시속 65km였어요 잠수하기 힘든 환경이었죠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았어요 날씨가 거칠었는데 북해에서는 특별한 게 아니었어요 안전한 편이었죠 솔직히 이 일 자체가
안전한 일은 아니잖아요? “미할 치호르스키
자동 위치 제어 담당자” 저는 DP 컴퓨터 제어를 담당했어요 선박 위치를 유지하는 일이죠 “목표까지의 거리: 5m” 그래야 잠수부들이
안전히 작업하니까요 “정상” 이때까지만 해도
배는 안정적인 상태였죠 그리고 시작됐어요 난생처음 듣는 경보가 울렸어요 “풍력” 그 경보가 울린 뒤로
오류가 하나하나 발생했죠 아주 심각한 문제였어요
선박의 통제를 잃고 있었죠 위치가 틀어지고 있었어요 “목표까지의 거리: 6m” DP 오작동 “저하” “DP 상태
황색” 함교에서 황색 신호를 보냈어요 갑자기 뜬 신호를 보고
선장의 급한 목소리를 들으니 보통 상황이 아니란 걸 알았죠 장비 두고 귀환해, 크리스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그래서 잠수부들을 최대한 빨리
잠수종으로 귀환시켰어요 둘 다 구조물에서 나와 구조물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덩컨, 필요할 경우
잠수부들 엄빌리컬 연장해줘 잠수부들 귀환에 대비해 알았다… 단 몇 초 만에
적색 신호로 변했어요 “DP 상태
적색” 적색은 처음이었어요 선박의 항해 시스템이
함교의 통제에서 벗어나서 날씨의 손에 넘어간 거죠 그런 지경에서는
그저 돛단배 신세였어요 배가 너무 빨리 움직여서
당황했어요 “목표까지의 거리: 17.5m” 속도는 계속 빨라졌죠 “목표까지의 거리: 20m” “목표까지의 거리: 21m” 선박의 통제도 잃었기 때문에 해저 상태도 통제 불가였어요 “목표까지의 거리: 25m” 잠수부는 잠수종에 연결되고
잠수종은 선박에 연결돼 있죠 결국 배가 움직이면
잠수부가 끌려오는 거예요 잠수 지원선의 DP 담당자로선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 버린 거죠 잠수종 밑으로 들어가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구조물에서 벗어났을 때
제가 예상했던 잠수종 위치는 제 앞이었어요 그런데 엄빌리컬이
향하는 곳을 보니 잠수종은 뒤에 있었고 작업하던 매니폴드가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죠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엄빌리컬을 따라 올라가고 있다 자신의 엄빌리컬을 타고
구조물 위로 올라가서 그 위를 가로질러
계속 엄빌리컬을 타고 올라야 안전한 곳까지 올 수 있었죠 하지만 구조물이 잠수부들을
방해하고 있었어요 구조물 위까지 올라와야 해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위에 다다라서 보니 크리스는 더 이상 위로
못 올라오고 있었어요 뭔가 잘못됐단 걸 알았죠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크리스의 엄빌리컬이
노두에 엉켜 있었어요 갇힌 거죠 줄 연장이 필요하다 엄빌리컬이 걸렸다 풀어야 한다 하지만 줄은 더욱 팽팽해졌죠 그 정도로 팽팽한 엄빌리컬은
처음 봤어요 잠수부 2호
엄빌리컬 연장이 필요하다 크리스도 팽팽해진 걸 보고
줄의 연장을 요청했죠 하지만 배가 계속 움직여서
줄을 연장해줄 수 없었어요 엄빌리컬이 걸렸다 엄빌리컬이 걸렸어요, 크레이그 크리스, 줄을 연장할 순 없어 길이 120m, 폭 20m의
거대한 배 한 척을 시속 65km의 바람이
마구 날리고 있고 크리스는 반대쪽에서
닻처럼 묶여 있었죠 크리스가 탈출할 만한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어요 안 움직여요 단단히 걸렸어요 크리스의 엄빌리컬이
어찌나 단단히 걸렸는지 스테인리스 재질인 받침대가
벽에서 떨어졌어요 저는 진짜 죽을 맛이었죠 아예 떨어져서 바닥을 뚫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제가 그 밑을 받친다 해도
같이 떨어져 나갈 게 뻔했죠 크리스, 네가 엄빌리컬을
직접 처리해야 해 계속 팽팽해지고 있어요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크리스를 도와주려고
크리스 쪽으로 움직였어요 그렇게 2m 앞까지 다가갔죠 서로의 얼굴이 보일 정도로
시야가 확보된 상황이었어요 크리스의 상태가 보이더군요 하지만 거기까지가
제 엄빌리컬의 끝이었어요 더 가까이 갈 수 없었죠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크리스의 엄빌리컬은
점점 가늘어졌어요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죠 뭔가 끊어지기 전에 들리는
그 소리였어요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잠수부 2호와 교신 끊김 크리스에게서 멀어지는 그 순간이
마치 영화 같았어요 그 뒤로 크리스를 보지 못했죠 제기랄 크리스의 엄빌리컬이
찢기는 소리가 들렸어요 구조물에서 벗어났다 엄빌리컬을 구성하는 줄이
하나씩 끊어지고 있었죠 함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크리스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다시 그곳으로 갈 수도 없었죠 뒤로 돌아서
잠수종 쪽으로 올라갔어요 저항이 심했죠 마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았어요 눈앞에서 펼쳐진 비극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 제 머릿속에는 안전한 잠수종으로
대피하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다른 구조물이 나를 밑으로
끌고 갈까 봐 걱정됐어요 만약 그렇게 됐다면 이미 안 좋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게 뻔했죠 크리스를 끌어 올리는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크리스가 아니라는 걸
사실 알고 있었어요 끝에 아무도 없단 걸 알았죠 온수 호스가 먼저 올라왔는데 끝이 완전히 걸레짝이었어요 “잠수부 2호” 그렇게 엄빌리컬을
몇 개 더 건져 올렸는데 결국 망가진 산소 호스가 올라왔죠 거기서 나는 소리가 엄청났어요 저는 조절 장치를 끄려고
손을 얹었죠 잠수부가 잠수 중일 땐
절대 산소를 끄지 않거든요 잠수부를 죽이는 행동이죠 제가 크리스를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수종과 이어진
생명 줄의 끝이었죠 아마 울 수도 있었을 거예요 토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다가 소리쳤어요 ‘잠수부를 잃었다!’ 그리고… 데이브가 어떻게 됐는지 몰라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정신을 차려야 했죠 잠수종 아래에 있는 발판에
올라섰어요 거기서 기다렸죠 그때가 돼서야 방금 일어난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일반 잠수에서는 언제든지 해수면을 향해 헤엄칠 수 있지만 포화 잠수 중에
잠수부가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한 군데밖에 없어요 잠수종이죠 원래대로라면 엄빌리컬을 통해
잠수종과 연결되어 있지만 크리스는 잠수종과 엄빌리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죠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크리스는 저 밖에 있었어요 크리스에게 있는 건
비상용 산소통 두 통뿐이었죠 산소 공급이 끊기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잠수종으로 돌아올 수 있는 분량의
비상용 산소통이 있었죠 해저에서 오랜 시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진 물건은 아니었어요 산소는 그게 전부였어요 비상 산소 말고는 없었죠 비상용 산소통은 그리 크지 않아요
5분 정도 생존할 수 있죠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4분 57초 후”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5분 후” 돌아가서 크리스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어요 그래서 모든 선원을 깨웠죠 모든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도록
전원이 집중해야 했으니까요 저는 다음에 투입되는
잠수 팀 소속이었어요 그런데 생명 지원 담당자가
진지한 목소리로 무전을 했죠 ‘스튜, 문제가 생겼어요’ 저는 그게 제 문제냐고
당신 문제냐고 물었어요 “스튜어트 앤더슨
의료 잠수부, 2팀” 매니폴드 작업장에서
잠수부 한 명이 낙오됐는데 의료 장비를 투입해야 하니 의료 잠수부인 제가
준비해야 한다고 했어요 포화 잠수 팀에는 항상
의료 잠수부가 몇 명 있죠 각 팀에 한 명이 있어야만 해요 보통은 자상이나 찰과상만 다뤄요 저는 너무 무서웠어요 평소에 일어나는 일과 너무 동떨어진 일이었으니까요 끝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그런 일에는 엮이지 않기를 바라는 게 정상이죠 절박한 상황이었어요 선박은 여전히 통제가 안 되고
크리스에게서 멀어지고 있었죠 자동 위치 제어를 담당하는
컴퓨터가 총 3개 있었는데
모두 작동하지 않았죠 DP 시스템을 담당하는 컴퓨터도 고장 났고 그 컴퓨터를 항상 복제하는
백업 컴퓨터도 고장 났고 중앙 컴퓨터도 고장 났었어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죠 이제 컴퓨터로는
선박을 통제할 수 없었어요 배는 파도에 휩쓸렸죠 배를 조종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어요 선장님은 배를 컴퓨터 없이
수동으로 운전하기로 결정했어요 배의 시스템은
파도도 없고 바람도 약한 항구에서나 조종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어요 함교 선원들은
4개의 추진기 핸들로 배를 조종하는 법을
즉석에서 익혀야만 했죠 문제는 이 장치들이 제어반 2개에
연결돼 있다는 거예요 팔이 4개인 사람은 없죠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어요 선장님이나 일등 항해사가
그런 일을 하는 건 처음 봤어요 그럭저럭 잘해내고 있었는데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죠 파도가 배의 머리를 틀었어요 함교, 다시 작업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빨리 가달라고 요청하고 있었지만 우린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었죠 포화 잠수를 하게 되면
어떤 소리가 들리느냐에 따라 배의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감이 생겨요 엔진이 거세게 돌아가고 있었죠 배가 꽤나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어요 좌우로 요동치고 있었죠 덩달아 저도 잠수종 위에서
심하게 움직였어요 저는 침착해지려고
계속 노력 중이었어요 저는 크리스와 모래그와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크리스를 두고
혼자 돌아왔다는 사실을 모래그에게 어떻게 말할지
고민했어요 침착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죠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11분 18초 후”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11분 21초 후” 산소를 다 썼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지만 크리스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어야만 했어요 일단 크리스를 찾아야 했죠 “목표까지의 거리: 192.5m” 무인 해중 장치인 ROV 말고는
활용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ROV, 잠수부 위치를
파악해줄 수 있나? ROV는 어려움 없이 배에서 150~200m 떨어진 곳까지
이동할 수 있죠 ROV가 구조물로 향했어요 크리스가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었죠 하지만 구조물 위에 있을지
그 옆으로 떨어져 해저에 있을지 그건 알 수 없었어요 ROV가 이동하는 동안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갔어요 우리가 보낸 ROV를
크리스가 보면 우리가 수색 중이란 걸
알 수 있다고 했죠 그러면 생존에 필요한 힘을
끌어낼 수도 있으니까요 점점 가까워지는데 저는 흑백 ROV 화면을 보면서
계속 물었어요 ‘뭐라도 보이는 사람 있어?’ 구조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정말로 나타났죠 ROV 기술자가 말했어요
‘크레이그, 크리스는 괜찮아요’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었죠 ‘우리한테 손을 흔드네요’ ROV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그때부터는 확신이 사라졌어요 거기 누워 있는 건
그냥 아무 인간이 아니었어요 나랑 알고 같이 생활했던
한 사람이었죠 “701
선장” 복도에서도 지나쳤었어요 한 손은 꼭 배에 올려놔야 해 이렇게 해야 안전하지 가끔 함교에도 왔고요 크리스, 잘 지내죠? – 네, 그쪽은요?
– 저도요 그랬던 크리스가 홀로 있었어요 그 화면을 보고
많은 이들이 충격받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걸 보고
엄청난 기운이 났죠 일단 구조물 위에 있다는 사실이
구조에 아주 중요했거든요 게다가 꿈틀거리고 있었어요 살아 있다는 거였죠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22분 18초 후”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22분 21초 후” 아직 구조물이 있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고 자동 위치 제어 시스템도
여전히 고장 난 상태였어요 수동 운전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중이었죠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목표까지의 거리: 192m” 배는 우리가 바라는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어요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 같았죠 크리스의 꿈틀거림은
이윽고 멈췄어요 제게는 그 순간이
크리스의 최후로 느껴졌죠 감당 못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암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는 걸 피하고 싶어 했죠 그때 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제 어떻게 되지?’ 25분이 지나자 우리가 품을 수 있었던
모든 희망이 사라졌어요 결국 시체를 수습하게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죠 잠수종 위에서 기억을 더듬는데 기분이 참 묘했어요 크리스가 당한 일 때문에
슬퍼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제 절친도, 자식도 아니었으니까요 잠수부가 사고를 당한 것뿐이었죠 온 힘을 다해 기도했어요 저는 절대로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지만 그런 상황에는… 하지만 구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어요 절대로요 그렇게 집에 돌아가서 모래그에게 크리스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전할 수는 없었어요 자동 위치 제어 장치를 복구하려고
모든 방법을 시도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처음에 뭘 하고 나중에는 뭘 하는지
단계별로 뭘 해야 하는지 정해진 바가 없었죠 즉석에서 해결책을 짜내며
다 시도해볼 수밖에 없었어요 마지막에 했던 것 중 하나가
하드 초기화였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기다렸어요 좋은 카드를 뽑을 때가 됐었어요 그동안 패가 너무 안 좋았으니 이제 운이 좋아질 때가 됐었죠 다행히도 시스템 전원이
다시 들어왔어요 정말 좋은 소식이었죠 저는 크게 안도했어요 함교 전원이 안도했죠 DP가 다시 작동하자마자 우리는 선박 운전을
자동으로 전환하고 곧장 크리스에게 돌아갔어요 “목표까지의 거리: 152m” “목표까지의 거리: 150m” 이미 늦었을 수도 있었죠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27분 42초 후”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27분 45초 후” 이제야 상황이 진전되고 있었어요 작업 지점에 점점 가까워졌죠 “목표까지의 거리: 106.5m” 아드레날린이 계속 분비됐고
어서 크리스를 구하고 싶었어요 계속 크레이그에게 물었죠
‘아직도 멀었어요?’ 데이브는 빨리 가고 싶어 했어요
제가 말릴 정도였죠 덩컨, 데이브의 엄빌리컬에
여유 주지 마 개의 목줄과도 같아요 제가 여유를 주지 않으면
아무 데도 못 가죠 크레이그가
남은 거리를 알려줬어요 ’50m 후 출발’ ’30m 후 출발’ ’20m 후 출발’ ROV의 조명이 보였어요 크리스가 보였죠 “목표까지의 거리: 1m” “목표까지의 거리: 0.5m” “DP – 상태
녹색” 좋아, 데이브
이제 출발해 그 광경을 보고 놀라진 않았어요 매니폴드 위에 시체가 놓여 있었죠 잠수종으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을 걸 알았어요 크리스의 몸이 아주 무거웠고 배가 위아래로 움직였어요 하지만 저는 지시 사항을
완수하기 위해 간 것이었죠 ‘이 사람은 크리스 레몬스다’ ‘미래에 살 집을 짓는 남자고’ ‘약혼녀가 있는 남자다’
이런 생각은 안 했어요 목적지까지 옮겨야만 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했죠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36분 23초 후”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36분 26초 후” 크리스가 죽었다는 생각은
안 하려고 했어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호흡을 깊게 2번 불어 넣었어요 그저 온 힘을 다해 빌었어요 내가 크리스를
다시 살릴 수 있기를 말이죠 그날 일어난 일과
제가 느낀 기분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저는 그날을
꽤 자주 되새겨 보곤 하죠 종종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그날의 기억을 재현하고
되살려 보려고 노력해요 저도 궁금하거든요 크리스, 줄을 연장할 순 없어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36분 27초 후”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00분 00초 후” 아주 거친 굉음이 들렸어요 그리고 정적이 흘렀죠 사방이 어두워지면
머릿속이 매우 혼란스러워져요 그렇게 까만 암흑은
태어나서 처음 겪었죠 그때부터는 구조물을 찾아서
그 위로 올라가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야 구조가 수월해질 테니까요 하지만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공황 상태에 빠졌죠 완전히 틀린 방향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어요 그렇게 미지의 영역으로 나가면 다시는 있던 곳으로
돌아올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결정을 내려야 했어요
가만있을 수만은 없었죠 방향을 정해야 했어요 그리고 운에 맡겨야 했어요 그러다가 구조물에 맞닥뜨렸죠 제가 올라서야 하는 지붕은
11m 위에 있었어요 위를 보면 잠수종 조명이
보일 줄 알았죠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그곳엔 저밖에 없었어요 비상용 산소통으로는
5, 6분 정도 버틸 텐데 이 위에 올라오는 데에만
2, 3분은 썼을 터였어요 잠수종이 제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도 그 안에 들어가려면
남은 산소가 전부 필요했을 거예요 그것도 운이 좋을 경우죠 그렇게 침착하게 계산을 하고 나니 내가 여기서 살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 와서 기억해보면
추위를 느끼진 않았던 것 같아요 분명히 급속도로 추워졌을 텐데
기억이 안 나는 게 말이 안 되죠 저는 그날의 기억을
온전히 갖고 있는 줄 알았는데 추웠던 기억이 없는 걸 보니 제가 의식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내내 버틴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바로 기절했을지도 모르죠 ‘미안해’ ‘미안해, 모래그’ 제가 죽으면 잃게 될 것들을
떠올리고 있었어요 그 부분에 대한 기억은
명확히 남아 있죠 나중에 모래그와 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들여서
반 정도 지어놓은 집을 이제는 못 볼 거라는 생각 그리고 또… 그리고… 결혼식 날에 아내를 못 볼 거라는 생각 그건… ‘왜 케임브리지의 어린 소년이
이 암흑 속에서 죽어가고 있지?’ 숨을 곳 하나 없이
그 순간을 오롯이 느끼고 있었어요 ‘난 어떤 사람이지?’ ‘난 겁이 났던 걸까?
무섭지 않은 척했던 걸까?’ ‘난 침착했나?’ 확신할 수 없었어요 제가 망쳐놓을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우리의 희망과 꿈 미래를 위해 세워둔 계획 그 모든 게 사라질 지경이었죠 숨 쉬는 게 점점 힘들어졌어요 산소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죠 죽음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죠 크리스가 돌아왔어요 크리스는 살 수 있었죠 저는 너무 흥분했어요 크리스가 뇌 손상을 입었는지
내가 알던 크리스가 맞는지 말은 할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분명 숨을 쉬었어요, 살아 있었죠 호흡을 거듭할수록
생기가 점점 더 돌았어요 반짝이던 조명이 기억나요 평소와 달라진 것들도 있었죠 덩컨을 보니 마음이 놓였어요 제 잠수 경력에 있어서는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거든요 친숙한 얼굴을 보니
큰 위안이 됐어요 저는 크리스가 죽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크리스는 사망했을 것이고
나는 시신을 수습한 거라고 생각하던 참이었죠 카메라가 복구됐다 그렇게 잠수종에 들어갔는데
크리스가 앉아 있더군요 죽은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그래서 혼란스러웠죠 저는 이렇게 물었어요 크리스, 괜찮아? 크리스는 괜찮다고 했죠 괜찮아 보였어요 놀라운 순간이었죠 많은 이들이 안심했고요 크리스에게도 잘된 일이었지만 우리들에게도 잘된 일이었죠 잠수 사고에 엮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그때 크리스에게
살짝 화까지 났어요 그런 기분 있잖아요 아이가 부모 말을 안 듣고
어딘가로 가는 바람에 미친 듯이 찾아 헤매는데
결국 아이를 찾았을 때 안도감이 들면서도
약간 화가 나는 그런 기분요 왜냐면 저는 크리스 때문에 충격적인 경험을 했으니까요 잠수종 해수면 도착 샤워를 하러 가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힘을 썼는지
알겠더군요 머리를 감으려고 하는데 손에서 경련이 일어나면서 짐승의 발톱이 된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었거든요 그때 생각했어요
‘오늘 열심히 일했구나’ 아래 문으로 하차 바람 좋아, 데이브, 이따 얘기하자
오늘 수고했어 – 네
– 그래 그날 잠수종에서
저와 데이브가 해낸 일이 너무나도 뿌듯했어요 하차 중 저는 맡은 임무를 완수했고
그거면 충분했어요 잠수부들도 임무를 완수했고
함교 선원도 임무를 완수했죠 모두가 할 일을 했으니 딱히 칭찬할 일도 아니었어요 그날 돈을 받은 만큼
일을 한 거였으니까요 마지막 잠수부 하차 데이브와 덩컨의 임무는
거기까지였어요 그 후로 크리스를 돌보는 건
우리의 임무였죠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이제 크리스의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머리만 따뜻하게 해주면
계속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제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죠 그날 상황이 진정되고
크리스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그때 크리스는 자지는 않고
편히 쉬는 상태였어요 그리고… 그때가 유일하게… 다시 얘기할게요, 죄송해요 네 네 가장 진지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크리스의 맥박을 재던 중이었는데 저를 보며 말하더군요
‘스튜, 괜찮아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네, 크리스는 괜찮을 거예요’ ‘아뇨, 그게 아니고
그때 저는 잠드는 기분이었어요’ ‘잠깐 동안은 속상했고’ ‘춥고 무감각했지만
마치 잠드는 기분이었어요’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그때가 유일하게 제 감정이
복받치던 순간이었어요 그 순간에 강하게 느껴졌어요 크리스는… 죽음을 받아들였다는 걸요 죽어도 괜찮은 거라고
제게 말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말이… 제게는 무척 와닿았죠 어떻게 생존했느냐고요?
그건 매우 좋은 질문이에요 아마 영영 모를 것 같아요 가장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는 건
체온이 낮아져서 신체 작용이 느려지는 바람에
최소한의 산소로도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에요 그리고 또 그럴싸한 건
비상용 산소통에 있는 고농도 산소 덕분에 제 몸 안의 조직들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고 그 덕에 산소가 부족할 때도
장기가 계속 작동했다는 거죠 다 가설에 불과해요 누가 명쾌한 답을 내주기를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평생 못 알아낼 것 같네요 모두가 받기 싫어하는
그 전화를 받았어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계속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그 깊은 곳에 무력하게
누워 있는 모습을요 그런 끔찍한 일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어날 때면 그 상상을 떨칠 수가 없어요 크리스가 전화로 자기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거로는 부족했어요 직접 만나서 만져봐야만 했죠 우리는 괜찮을 거고 품었던 희망과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함께 살아갈 수 있었죠 아마 이 얘기를 싫어하는
한 사람이 있을 거예요 저와 입을 맞췄던 두 남자 중
한 분 말이죠 “사고로부터 3주 후” “크리스, 데이브, 덩컨은
북해 해저로 복귀했다” 잠수부 2호, 깊이 91m 도달 크리스, 이번엔 사고 치지 마 알았다 자막: 윤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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